[다큐] "경력을 쌓을 기회라도.." 일 하고 싶은 청년들의 절규

 

경력을 쌓을 기회조차 없는 사회, ‘구직 포기’를 선택한 청년들의 소리 없는 절규

오늘날 대한민국 청년들에게 20대란 ‘푸른 새싹이 돋아나는 봄’이라는 청춘(靑春)의 어원과 가장 거리가 먼 계절이다. 19개월 연속 감소하고 있는 청년 고용률(44.3%)이라는 숫자의 이면에는 새벽 내내 물류센터 컨베이어 벨트 앞에서 소분 작업을 하거나, 오토바이에 올라타 분초를 다투며 배달 요금을 확인하는 청년들의 팍팍한 삶이 자리 잡고 있다. 이들은 단순히 눈높이가 높아서 취업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일을 하고 싶어도, 최소한의 경력을 쌓을 기회조차 허락하지 않는 사회가 이들을 ‘구직 포기(니트족)’의 길로 내몰고 있다.

 

구직 시장의 가장 심각한 모순은 기업들이 신입 채용 기회를 대폭 줄인 채 오직 ‘즉시 투입 가능한 경력직’만을 선호한다는 점이다. 청년들은 “그렇다면 신입인 우리는 경력을 어디서 쌓아야 하느냐”며 절망적인 질문을 던진다. 이 좁은 취업문을 뚫기 위해 대학 저학년 때부터 도서관에 갇혀 스펙 경쟁을 벌이지만, 남는 것은 진로에 대한 극심한 불안과 번아웃뿐이다. 심지어 기성세대의 정년 연장 논의조차 청년들에게는 일자리 규모를 축소시키는 또 하나의 장벽으로 다가와 두려움의 대상이 되고 있다.

 

더욱 서글픈 것은 노력만으로 이 격차를 메울 수 없다는 청년들의 냉소다. 설문조사에서 20대 이하 청년들은 사회적 지위를 결정하는 가장 핵심적인 요인으로 ‘부모의 배경’을 꼽았다. 재능을 발굴하고 키우는 것조차 부모의 경제력과 정보력에 좌우되며, 치솟는 주거비와 자산 불평등은 청년들이 스스로 힘으로 따라잡을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 이러한 절망감은 OECD 최하위권의 삶의 만족도와,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내 나라는 살기 나쁜 곳”이라는 응답이 더 많은 기형적인 결과로 이어진다.

 

불안정한 현실은 사회적 갈등을 더욱 날카롭게 벼리고 있다. 미래가 불안한 청년들은 한정된 자원을 두고 격렬한 ‘남녀 갈등’을 빚고 있으며, 주거와 일자리의 불안정은 자연스럽게 결혼 기피와 역대 최저 수준의 저출산이라는 사회적 재앙으로 번지고 있다. 노동 시장 역시 양극화되어 많은 남성 청년들이 플랫폼 노동(배달 라이더 등)으로 유입되고 있으나, 이들은 근로기준법의 보호도 받지 못한 채 사회적 안전망의 사각지대에서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청년 세대를 이대로 방치한다면 우리 사회의 성장 동력은 완전히 멈춰 설 것이다. 이제는 청년 정책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전환해야 한다. 단순히 ‘어려운 취약 계층에게 소액을 지원하는’ 시혜적 접근에서 벗어나야 한다. 청년들이 주거 안정을 이룰 수 있도록 공공주택을 전폭적으로 확대하고, 사회적 활동과 연계해 자립을 돕는 ‘참여 소득’ 도입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또한 고위험 투자에 내몰리는 청년들을 위해 안전한 금융 상품을 매칭해주는 사회적 장치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청년들이 바라는 것은 거창한 성공이 아니라, '실패해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사회', 그리고 '야근을 많이 하는 사람이 아닌 공정한 성과로 인정받는 일터 문화'다. 학교에서는 입시 위주의 주입식 교육 대신 세금 납부나 부동산 계약 같은 실용적인 삶의 기술을 가르쳐야 한다. 청년들이 꿈과 진로를 고민하며 건강하게 실패할 수 있는 사회적 안전망을 구축하는 것, 그것이 소리 없이 절규하고 있는 이 시대 청춘들에게 기성세대와 국가가 건넬 수 있는 최소한의 책임이자 해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