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 탈출구는 없는 걸까? 어느 나라도 예외 없는 부의 불평등, 대체 왜 가난에서 벗어날 수 없을까?

 

불평등은 어떻게 인간을 파괴하는가 : 자본의 독점과 인지적 빈곤의 악순환

오늘날의 자본주의는 우리에게 풍요를 약속했지만, 그 이면에는 인류 역사상 가장 가파르고 잔인한 ‘부의 피라미드’를 세워두었다. 전 세계 성인 인구의 단 0.9%가 전체 자산의 43.9%를 독점하고, 절반이 넘는 이들이 겨우 1.8%의 부를 나누어 가지는 기형적인 구조 속에서, 불평등은 이제 단순한 소득의 격차를 넘어 인간의 정신과 신체, 그리고 진화적 본성마저 위협하는 실존적 위기로 다가오고 있다.

 

자본소득의 폭주와 ‘공감 세포’의 퇴화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Thomas Piketty)가 지적했듯, 현대 사회는 노동으로 버는 소득보다 자본이 스스로 증식하는 속도(자본소득률)가 훨씬 빠른 구조적 모순을 안고 있다. 일하지 않고 얻는 배당, 이자, 부동산 수익이 땀 흘려 일하는 노동의 가치를 압도하면서 부의 대물림은 공고해진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자본의 극단적 독점이 상층부 인류의 심리를 병들게 한다는 점이다. 뇌과학과 사회심리학 연구에 따르면, 권력과 부를 쥐게 된 인간은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는 뇌의 영역인 ‘미주신경(Vagus nerve)’의 반응성이 현저히 떨어진다. 비싼 고급 차량일수록 보행자 구역의 정지선을 무시하고 지나갈 확률이 높다는 실험 결과는, 부유함이 법과 사회적 규칙 위에 자신을 올려놓는 ‘특권 의식’을 형성함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주변에 확증 편향을 유도하는 참모들만 두게 된 슈퍼리치들은 점차 공감 능력을 상실하고, 자신의 갑질과 독점 논리를 정당화하는 ‘인지적 폐쇄성’에 갇히게 된다.

 

가난이라는 인지적 세금(Cognitive Tax)과 대물림의 과학

반면, 피라미드의 기저에 위치한 빈곤층은 경제적 결핍뿐만 아니라 ‘인지 능력의 박탈’이라는 이중고를 겪는다. 흔히 빈곤을 개인의 나태나 능력 부족 탓으로 돌리지만, 과학은 전혀 다른 사실을 말해준다. 농부들을 대상으로 한 인지 능력 테스트에서, 돈이 바닥난 추수 전 상태의 농부들은 돈이 넉넉해진 추수 후보다 IQ가 무려 13점이나 낮게 측정되었다. 이는 알코올 중독자와 정상인의 인지 능력 차이와 맞먹는 수치다. 가난은 뇌의 에너지를 온통 ‘생존과 돈’에만 쫓기도록 강제함으로써, 장기적이고 폭넓은 사고를 할 수 없게 만드는 ‘인지적 세금(Cognitive Tax)’을 부과하는 것이다.

가장 비극적인 지점은 이 가난의 뇌과학적 상흔이 어린아이들에게 그대로 대물림된다는 사실이다. 미국 보스턴의 빈곤층 아동과 UN 지정 최빈국의 아이들을 조사한 결과, 영유아기 시절 단 두 달만 고농도의 스트레스와 빈곤 환경에 노출되어도 대뇌피질의 회백질(Gray matter) 발달이 저하되는 현상이 관찰되었다. 컴퓨터로 치면 CPU의 연산 처리 장치 자체가 축소되는 셈이다. 이로 인해 저하된 인지 능력은 학업과 직업적 성취의 제한으로 이어지고, 결국 가난은 사회적 구조를 넘어 ‘생물학적 구조’를 통해 다음 세대로 세습된다.

 

진화적 본성: 인간은 불평등을 역겨워하도록 설계되었다

자본주의적 이데올로기는 종종 "불평등은 경쟁 사회의 필연적인 결과이자 시스템의 일부"라고 합리화한다. 하지만 인류학자와 진화생물학자 프란스 드 발(Frans de Waal)의 영장류 실험은 인간의 깊은 본성이 결코 이를 원치 않음을 증명한다. 똑같은 노동을 했음에도 옆 방의 동료에게는 맛있는 포도를 주고 자신에게는 오이를 줄 때, 원숭이는 격렬하게 분노하며 오이를 던져버린다. 이른바 ‘불평등 혐오(Inequity aversion)’ 본능이다.

인간 역시 마찬가지다. 행동경제학의 ‘최후통첩 게임(Ultimate game)’에서 9대 1이라는 극단적으로 불공평한 배분을 제안받았을 때, 인간의 뇌는 이성적 이익을 계산하기 전에 상한 음식을 보았을 때나 느낄 법한 모욕감과 역겨움을 관장하는 ‘뇌섬엽(Insula)’을 활성화한다. 비록 내가 한 푼도 받지 못해 손해를 보더라도, 불공평한 제안을 한 상대 처벌을 선택하는 것이다. 우리는 불평등에 저항하고 공정한 나눔을 통해 생존 확률을 높여온 협동적 사회(Cooperative society)의 후손이기 때문이다.

 

시스템의 붕괴를 막기 위한 인류의 선택

불평등이 심화된 사회일수록 살인율, 감옥 수감률, 약물 중독, 영아 사망률이 급증한다는 통계는 불평등이 개인의 건강과 번영을 넘어 사회의 지속 가능성 자체를 파괴하고 있음을 경고한다.

다행스러운 점은, 미국 하버드대 등의 연구에 따르면 부자든 가난한 이든, 보수든 진보든 "어떤 사회에서 살고 싶은가?"라는 질문에는 놀라울 정도로 일치된 대답을 내놓았다는 사실이다. 인류는 완벽한 공산주의식 평등을 바라지는 않지만, 지금처럼 괴물이 되어버린 극단적 불평등 사회 역시 원하지 않는다.

현실의 불평등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심각하지만, 우리 머릿속에 내재된 ‘공정함에 대한 갈망’과 ‘불평등에 대한 생래적 역겨움’은 여전히 살아 숨 쉬고 있다. 탐욕의 자본주의가 망가뜨린 인간성을 회복하고, 교육과 제도를 통해 아이들의 뇌를 빈곤으로부터 구출하는 것. 그것이 진화의 역사 속에서 우리가 생존을 위해 선택해 온 진정한 인간의 본성이자, 시스템의 파국을 막을 유일한 탈출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