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 나쁜 빚, 20대는 왜 빚을 지게 되었나 - 추적60분

 

'청년'이라는 담보, '나쁜 빚'으로 저당 잡힌 대한민국의 미래

20대의 부채를 바라보는 기성세대의 시선은 대개 차갑다. "노력이 부족해서", "철없는 영끌 투자 때문", "분수에 넘는 소비습관 탓"이라는 낙인이 먼저 찍힌다. 그러나 최근 통계와 현장의 목소리는 이러한 진단이 얼마나 피상적이고 무책임한지 여실히 폭로한다.

지난해 기준 20대 신용유의자(옛 신용불량자)는 3년 새 25% 이상 급증했다. 다른 연령대에 비해 압도적으로 가파른 수치다. 사회생활의 첫걸음을 마이너스로 시작하는 이들의 부채는 단순한 개인의 '일탈'이 아니다. 이는 노동시장의 붕괴, 자산 양극화, 금융 교육의 부재가 맞물려 돌아가는 '사회 구조적 모순의 압축판'이다.

 

노동시장 진입 지연과 ‘생존형 소액 대출’의 덫

지금의 20대는 역사상 가장 화려한 스펙을 가졌지만, 가장 취업하기 어려운 세대다. 대학 졸업에 평균 5년 이상, 졸업 후 첫 취업까지 또다시 1년 가까이 소요되는 구조 속에서 '졸업 유예'는 필수 코스가 되었다. 문제는 이 긴 공백기를 버텨낼 자본이 청년들에게 없다는 점이다.

학원비, 자격증 응시료, 현직자 멘토링 비용 등 '취업 사교육비'는 날로 치솟는데 소득은 없다. 부모의 경제적 지원을 뜻하는 일명 '부모 찬스'를 쓸 수 없는 청년들이 가장 먼저 손을 대는 것이 바로 생활비 목적의 소액 대출이다.

실제로 20대 단기 연체자의 90%가 1,000만 원 이하의 소액 채무자라는 사실은 매우 의미심장하다. 당장의 생계를 위해 빌린 수백만 원의 '푼돈'이 연체되는 순간, 청년들은 정상적인 금융권에서 퇴출당한다. 일자리를 구하기도 전에 신용유의자로 전락해 취업 문이 더 좁아지는, 이른바 '빈곤의 악순환 고리'에 갇히는 것이다.

 

‘벼락거지’의 공포가 밀어 올린 위험한 베팅

근로 소득만으로는 평생 집 한 채 사지 못하고 가난을 대물림할 것이라는 실존적 공포는 청년들을 고위험 투자 시장으로 내몬다. "월급 200만 원을 받아 저축해 보았자 남는 것은 월 30만 원뿐"이라는 한 청년의 고백은 절망적인 현실을 대변한다.

성실한 노동 가치가 땅에 떨어진 사회에서, 자산 격차를 줄일 유일한 사다리가 가상화폐나 주식, 레버리지 선물 투자뿐이라는 착각을 심어준 것은 결국 기성 사회다. 여기에 OECD 조사에서도 증명되었듯 다른 세대보다 현저히 낮은 20대의 금융 이해력(Financial Literacy)이 더해지면서 비극은 완성된다.

비대면 대출의 편리함은 역설적으로 독이 되었고, 리딩방 사기 세력과 불법 고금리 사채업자들은 금융 지식이 취약한 청년들을 손쉬운 사냥감으로 삼았다. 원금 320만 원이 연 300~400%의 불법 고리로 인해 순식간에 천만 원대의 빚으로 불어나는 구조 앞에서는 그 어떤 청년의 의지도 무력할 수밖에 없다.

 

안전망 없는 ‘3무(無)’ 세대의 심리적 고립

현장의 금융복지 전문가들은 위기 청년들에게 세 가지가 없다고 지적한다. 바로 가족의 지지 기반, 안정적인 소득, 그리고 자기 자산이다. 이 최소한의 안전장치마저 없는 청년들은 부모의 사업 실패나 명의 대여로 인한 빚까지 고스란히 대물림받으며 사회적 고사 상태에 빠진다.

"제 사정을 솔직하게 말할 자신도 없고, 누군가 알게 되는 것이 두려워 혼자 감수했습니다."

 

다수의 청년 채무자들이 이구동성으로 뱉은 말이다. 청년 부채의 가장 무서운 점은 경제적 파산이 필연적으로 심리적 파산(중증 우울증, 공황장애)과 사회적 고립을 동반한다는 것이다. 주변에 빚 사실을 말하지 못하고 홀로 앓다가 극단적인 선택의 기로에 서는 청년들이 늘어나는 이유다.

 

부채 정책을 넘어, 사회적 대책이 필요하다.

정부는 '청년도약계좌' 등 수십조 원의 예산을 들여 청년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하지만 이는 사후약방문에 불과하다. 빚 문제를 단순히 대출이나 금융 상품으로 해결하려는 발상 자체가 모순이다. 청년 부채는 금융 정책의 영역을 넘어 고용, 주거, 복지가 결합한 복합 방정식으로 풀어야 한다.

먼저 공교육 과정에 대출 금리의 메커니즘, 주거 계약 시 유의점, 금융 사기 예방 등을 다루는 실질적인 금융 경제 교육이 의무화되어야 한다. 아울러 미취업 기간 청년들이 불법 사금융에 빠지지 않도록 돕는 안전한 공공 소액 금융 제도를 정비하고, 채무 위기에 빠진 청년들이 고립되기 전 조기에 구조할 수 있는 심리·재무 복지 연계망을 촘촘히 구축해야 한다. 무엇보다 근본적으로는 청년들이 미래를 꿈꿀 수 있는 안정적이고 질 좋은 일자리 생태계 조성이 선행되어야 한다.

부모 세대보다 가난해진 최초의 세대. 이들이 경제 주체로서 성장해야 할 골든타임에 빚더미에 눌려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하는 사회에는 희망이 없다. 청년들이 짊어진 '나쁜 빚'을 개인의 도덕적 해이로 치부하며 방치하는 순간, 우리 사회 전체가 지불해야 할 사회적 비용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답이 없다고 외면할 때가 아니다. 없는 답이라도 쥐어짜 내 청년들의 미래를 구출해야 하는 책임이 지금 우리 모두에게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