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 집값 하락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폭락이와 폭등이 - 시사직격

 

폭락이와 폭등이, 어느 길을 가도 ‘청춘 잔혹사’는 계속된다
2020년 대한민국은 거대한 주식·부동산 도박판과 같았다. "지금 사지 않으면 평생 벼락거지가 된다"는 공포 마케팅이 온 나라를 지배했고,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사지 않는 이들은 '나약한 겁쟁이' 혹은 '시대를 읽지 못하는 바보' 취급을 받았다. 그로부터 몇 년이 지난 지금, 당시 정반대의 선택을 했던 두 청년의 삶은 우리에게 묻는다. 과연 우리는 집을 소유함으로써 행복해졌는가, 혹은 소유하지 못해 불행한 것인가.

 

집을 가진 자의 형벌: '벼락거지'에서 '집거지'로

28세 요리사 효근 씨는 공포의 정점에서 '영끌'을 선택했다. 반지하의 곰팡이와 바퀴벌레를 견디며 모은 돈에 2억 원이 넘는 대출을 얹어 3억 원대 아파트를 샀을 때, 그는 세상을 다 얻은 것 같았을 것이다. 그러나 시장의 변덕은 잔인했다. 빛의 속도로 오르던 집값은 그보다 더 빠른 속도로 곤두박질쳤고, 남은 것은 감당하기 버거운 대출 이자뿐이다. 이제 그는 집값을 지키기 위해 또 다른 극한의 삶을 살고 있다.

의식주의 의와 식은 포기했다. 옷은 단 두세 벌로 버티고, 한겨울에도 난방을 끈 채 집 안에서 신발을 신고 생활한다. 끝없는 노동의 굴레가 남았다. 부동산 대출을 갚기 위해 본업이 끝난 밤에는 심부름 앱 아르바이트를 하며 한 푼이라도 더 보태려 몸을 혹사한다. 반지하를 탈출해 하늘이 보이는 아파트로 왔지만, 그의 삶은 여전히 '생존 게임'이다. 집값이 오르기만을 기도하는 그의 모습은, 집이 안식처가 아니라 영혼을 저당 잡은 거대한 빚더미가 되었음을 방증한다.

 

집을 기다리는 자의 고독: 옥탑방에서 초밥을 참는 삶

반면, 시장의 광풍 속에서 매수를 보류한 공무원 상우 씨의 삶 역시 녹록지 않다. 고시원의 소음과 닭장 같은 갑갑함을 견디다 못해 엘리베이터도 없는 5층 옥탑방으로 이사한 그의 겨울은 매섭고 춥다. 보일러를 외출로만 돌려도 실내 온도가 7도까지 떨어지는 공간에서 그는 감기를 앓으며 버틴다. 뉴스는 연일 부동산 폭락을 외치지만, 정작 상우 씨 같은 평범한 청년이 접근할 수 있는 2~3억 원대 서민 아파트는 떨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통제된 일상, 남들처럼 평범하게 초밥 한 접시 마음 편히 먹고 싶지만, '종자돈 마련'이라는 거대한 목표 앞에 욕망을 거세당한다.
보이지 않는 결승선, 공무원 월급 200만 원대를 쪼개고 쪼개 1년에 800만 원을 더 모았지만, 치솟은 주거 장벽을 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집값이 더 떨어지기를 기도하는 그의 간절함 뒤에는, 성실하게 일하고 저축해도 내 집 하나 가질 수 없다는 절망적인 현실이 깔려 있다.

 

주거라는 생존 권리가 '잔인한 도박'이 된 사회

"제 집에서 먹는 밥이 제일 맛있다고 하더라고요. 저도 제 집에서 잠도 자고 밥도 먹고 싶어요."
상우 씨의 이 소박한 소망은 사실 인간으로서 누려야 할 가장 기본적인 '주거권'에 대한 이야기다. 하지만 지금의 대한민국에서 이 소박한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청춘의 가장 빛나는 시기를 통째로 저축과 이자 상환에 바쳐야만 한다.
집을 사서 이자에 시달리는 '집거지' 효근 씨와, 집을 사지 못해 외곽의 옥탑방에서 추위를 견디는 상우 씨. 두 청년의 비극은 개인의 선택 탓이 아니다. 자산 가치의 폭등과 폭락 속에서 주거라는 필수재를 투기판의 상품으로 방치한 사회적 시스템의 합작품이다.
한쪽은 집값이 오르기를, 다른 한쪽은 집값이 내리기를 간절히 바라는 이 모순적인 상황 속에서, 두 청년이 바라는 '좋은 날'은 언제쯤 올 수 있을까. 최소한 청년들이 온전한 내 집을 갖기 위해 '오늘의 초밥'과 '겨울의 온기'를 포기하지 않아도 되는 사회, 그것이 우리가 마주해야 할 진짜 과제다.